현 09년생입니다 고교학점제 고민좀 들어주세요 우선 저는 진로가 없습니다.문과쪽 과목에 흥미를 느껴하고 수학, 과학같은 과목보단
우선 저는 진로가 없습니다.문과쪽 과목에 흥미를 느껴하고 수학, 과학같은 과목보단 훨씬 좋아합니다만 갖고싶은 직업, 가고싶은 학과는 무궁무진하고 또한 저라는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아직 잘 몰라서 어느 과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히 없습니다. (법학과, 철학과, 심리학과, 국어국문학과 이 4가지 중에서 고려중인데 각자 분야가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또 고민입니다.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를 다 포기해야해서요..)그런데 문제는 학교는 우리 학생들에게 정확한 학과, 선택과목을 정하라고 요구하더군요. 예를 들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밖에 안 됐는데 2학년부터 하는 선택과목들을 고르라고 설문을 해요. 물론 사전조사긴 하지만 저는 제 친구들을 포함한 학생들이 아직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고,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 채로 "대학교 어느학과 가지?" "그 학과 갈려면 무슨 선택과목 들어야 해" 라는 대화를 하는 지금 상황이 다소 기괴하고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꿈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만든 진로 동아리에 가입하면 제일 먼저 하는 활동이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발표하는 것이랍니다. 그니까, 아직 없다니까요..대학의 무전공 입학제도는 대체 왜 있는 겁니까?대학을 가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학과를 정확히 못 정하기 때문에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것이 아닌가요? 대학에 입학할 때 조차 전공을 정할 수 없는데 왜 저희는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전공을 정해야하는겁니까?고교학점제로 인해 내신이 5등급제로 변하고 고등학교 1학년은 상대평가, 그 이후 2학년부턴 절대평가..선생님들과 친구들은 "1학년때만 상대평가라서 1학년 성적이 제일 중요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게 정말 모순됐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1학년 이후 2학년~3학년에 성적이 상승해 이름하야 상승곡선 생기부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이제 "성장하고 자신을 깨닫는 사람"보다 "처음부터 성적이 우수하고 진로가 확고했던 사람"만 원하는 겁니까? 그게 대기업이, 대학교가 원하는 인재입니까?이번 1학년 중간고사를 본 이후 저희 반에선 2명이 자퇴했습니다. 2명은 숙려제를 써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저희 반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한 반에 5명이 넘게 자퇴했답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이제 고등학교 1학년 시험이 망하면 인생이 망한게 되어버렸습니다.학교가 끝나자마자 간 학원이 11시에 끝나고, 밤 늦게 돌아다니는 걸 걱정하시는 어머니께서 저를 데려오신 적이 있습니다. 학교 프린트와 학원 자료가 가득 담긴 가방의 무게에 짓눌린 저는 어깨가 쑤셔서 어머니께 투정을 부리니까 제 가방을 들어주시더니 깜짝 놀라시더군요.가방이 너무 무거운거 아니냐고, 필요 없는 건 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필요없는 것까지 들고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을 가야하니 필요한 교재만을 아침부터 챙기고 하루종일 들고 날르던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방은 꽉 차서 지퍼도 뻑뻑하니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엄마는 제가 안타까운지 어깨를 토닥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이미 망가진 것 같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저도 그래야한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학교 시험, 수능, 세특을 전부 준비해야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무거워서 좀 토로해봤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네요... 지금도 시험공부하느라 밤새고 있는데 이제 다시 씻고 등교하러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