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애들이 이해 안됩니다. 고3, 수시지원 어느정도 마무리하며 주변 친구들이랑, 학원 친구들 보면서 많은
고3, 수시지원 어느정도 마무리하며 주변 친구들이랑, 학원 친구들 보면서 많은 걸 느끼는 중입니다.특성화중학교 졸업 후, 인문계 특성화고등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탈락한 후, 어쩔 수 없이 지역 여고에 입학. 어릴 때부터 학원은 한번도 가본 적 없어서 그냥 혼자 공부했고, 첫 중간고사는 제 기준 아쉬운 성적을 남겼습니다. 인문계는 이렇구나. 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아침에 피곤하면 학교 수업을 잘 못들어서 7시 30분 기상, 수업이 끝나면 너무너무 피곤할 때만 쉬고, 거의 수업 내용 복습 노트정리. 학교 끝나고 집가면 거의 5시. 간단하게 혼자 밥 먹고 아파트 독서실로 내려가서 평소엔 11시. 시험기간엔 거의 2시까지 공부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짜증났던 건 수학. 어릴 때부터 정말 못해서 30점도 맞아본 과목이지만 어찌저찌 붙들고 있으니까 90점 이상, 못해도 80점 이상은 항상 나왔어요. 그외 사탐, 국어 과목들은 어려울 것 없이 항상 100점 맞았고 과학도 꾸역꾸역 공부해서 전교 6등 정도는 해봤습니다.그렇게 3학년 1학기까지 총내신 1.6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미대가 너무너무 가고싶었지만, 일반고라 생기부 채우기도 어려웠어요. 그치만 매주 공동교육과정 들으러 차로 왕복 2시간씩 이동했고, 꾸역꾸역 시간내서 전시활동도 많이했고, 학생회 들어가서는 교내 미술전도 따로 만들어서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힘들게 노력했어요. 전시회도 많이 가고, 작가님 인터뷰도 하고,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고, 청소년 단체도 만들어서 직접 전시도 하고.. 덕분에 좋은 생기부도 만들 수 있었죠. 디자인과를 넣으려다가, 내가 하고싶은 일이랑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금속공예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서울대 넣으라던 학원쌤이 많이 아까워하셨지만 별 감흥 없었습니다. 내신 맞춰서 가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솔직히 붙을거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하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어 글 조금 끄적여봅니다.중학교 때랑 달리 반도 많고, 학생 수도 많아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해 안되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수업시간에 조는 건 저도 많이 해봤으니까 공감됐습니다. 근데 아예 통으로 자거나, 대놓고 엎드려 자는 것. 그래놓고 쉬는시간엔 일어나 친구들과 실컷 놀고, 유튜브 보는게 이해가 안됐습니다. 점심시간엔 아이패드로 드라마 보고, 또 수업시간엔 딥슬립.. 시험기간 자습을 줘도 마찬가지로 끄적끄적 학원숙제만 풀고 드라마 보거나 엎드려 자기.. 그래놓고 항상 불만은 많았습니다. 시험범위가 어쩌고, 수업이 저쩌고.. 이번 시험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서 못 풀었다, 솔직히 이건 안 배운 거 아니냐 등등.. 저는 딱히 아무생각 없던 것들도 그 친구들에겐 항상 거슬렸나 봅니다.또 시험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답지를 붙여주시면 가장 먼저 채점을 하곤, 가장 먼저 울었습니다. 내 인생 망했다. 어떡하냐. 욕설 섞인 말도 서슴없이 뱉었고, 겉으로는 괜찮다고 위로하면서도 속으론 의문이 많았습니다.‘너 공부 안 했잖아. 자습시간에도 맨날 아이돌 영상만 봤잖아. 선생님이 수업에서 설명해줬는데 안 들었잖아.’차마 입 밖으론 내뱉지 못했고, 속으로 삼켰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됐습니다. 노력을 안했고, 공부를 안해서 그 결과가 나온건데 뭐가 문제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말 노력했는데 삐끗해서 망쳤을 수도 있지. 근데 넌 아니잖아. 넌 그냥 공부 안 한 거잖아…’공부 못 하는 친구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안타까웠습니다. 나도 특출나게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하는게 아닌데..너도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이 정말정말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도 좋지만, 교과서 한번 더 보라고. 적어도 수업시간보단, 쉬는시간에 자라고. 몬스터 마시고 의미없는 밤샘공부 하지말고, 할 수 있는 만틈만 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특히 고3와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 보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끝자락에서 후회하는 친구들이 정말 너무 많았거든요. 이정도는 갈 수 있겠지, 했던 대학은 꿈도 못 꾸고.. 내가 설마 여길가겠어. 하던 대학교도 겨우 들어가고, 그걸 마주하는 과정에서 많이 좌절하기도 하고…너는 대학 걱정 없겠다는, 원망 섞인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착잡했습니다. 공부 안 해놓고 나한테 이러는게 짜증나면서도, 불쌍했습니다. 그 불안감과 좌절, 그리거 무기력의 원인을 전 너무 잘 알겠거든요. 꿈이 없어서 그래요.전 솔직히 대학 안가도 된다. 라는 생각으로 학교 생활 했어요. ‘굳이 대학 안가도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학생인데 공부는 해야지 + 나중에 맘 바뀔 수도 있으니까 + 안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되는데, 가몀 참 재밌다.라는 부모님 말씀 세가지 요소의 합작으로 열심히했습니다.꿈이 있으니까 저절로 목표하는 대학이 생겼고, 막상 생각하니까 또 가고싶어서 1학년 때부터 입시요강, 합격자 후기, 생기부 등등 많이 찾아봤어요. 전 그냥 가고싶어서 스스로 했어요. 부모님은 사실 대학 관련해서 무관심일 정도로 자유주의셨고, 언니도 그 환경에서 연기하겠다고 학원 끊어달라고 하더니 한예종에 들어갔어요..꿈을 좇으니까 해야 될게 많아서 했고, 그 와중에도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시간 쪼개 살았습니다. 목표가 있으니까 안 힘들고, 재밌었어요. 3년 동안 스트레스 받은 건 다이어트 정도?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제 친구들은 안 그랬어요. 보통 말하는 꿈이 딱 5개입니다. ‘간호사, 상담사, 교사, 공무원, 그냥 이과‘. 물론 여고인 영향도 있겠지만, 전교생 400명 중 90%는 다 저 직업 중 하나였어요.너 화장하는 거 좋아하잖아, 메이크업 아티스트 어때?너 그림 잘 그리잖아, 미대는 어때?이 건물 이름 알아? 아 이런 거 좋아해? 건축학과 같은 건 어때?너 동물 좋아하잖아. 요즘 반려동물 관련된 과도 많아.라는 질문에도 답은 거의 비슷했습니다.‘취업해야지.’‘그정도까진 아니야.’‘에이, 내가 그걸 어떻게 해’‘부모님이 반대하셔’왜? 그냥 한번 해볼 수 있는 거 아니야? 대학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한번 찾아볼 수 있는 거잖아. 찾아보다가, 진짜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잖아.그렇게 말해도 애들은 항상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어요.그게 정말 너무,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꿈만 있으면 하고자 하는 거 다 할 수 있는데. 그 열정이 생기는데.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데..3년 동안, 아무한테도 말 못했지만..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공부 못해도 된다고. 하고 싶은 거 찾으라고. 열정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그리고,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노력을 하라고. 정말 힘들 것 같지만, 의외로 쉽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갑자기 삘 받아서 참 길게도 썼네요..늦은 밤이지만 혹시나 불안감에 의미없이 핸드폰만 떠도는 어느 고등학생 한명에게라도 닿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