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 글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잠을 많이 자도 성적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 공부량과 난도가 확 올라가면서 지금의 고민이 생긴 것 같아요. 잠이 많다는 게 단순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건강과도 연결될 수 있어서 지금처럼 불안하고 자괴감이 든 상태에서는 원인을 차근차근 확인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먼저 알람을 듣고도 못 일어나거나 다시 잠드는 문제는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수면 리듬이 깨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기본이에요. 주말에도 10시간씩 몰아서 자면 생체리듬이 흔들려서 평일 기상도 더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입니다. 알람도 휴대폰 하나보다는,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거나, 여러 개를 5분 간격으로 맞춰 두면 도움이 됩니다.
둘째로, 낮에 졸음을 견디는 방법은 순간적인 자극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찬물 세수, 허벅지 찌르기, 카페인 다 시도해보셨으니 아마 효과가 오래 안 갔을 거예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겁니다. 자기 전 휴대폰이나 자극적인 영상을 줄이고, 방을 어둡게 하고, 일정한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낮에 졸리면 억지로 버티기보다 10~15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활용하는 게 집중력 유지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단, 30분 이상 자면 오히려 더 멍해져요.
셋째로, 질문자님처럼 하루 12시간 이상 자고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알람을 못 듣거나 낮에도 졸음이 심하다면 수면장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기면증, 수면무호흡증, 혹은 단순 과다수면 같은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혼자 생활습관만 고치려 해도 한계가 있거든요. 병원을 간다면 먼저 내과나 신경과, 특히 ‘수면 클리닉’이 있는 병원으로 가면 됩니다. 거기서 수면다원검사라는 검사를 통해 수면 중 뇌파, 호흡, 근육 움직임 등을 체크합니다.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교정 방법을 안내해주니 훨씬 확실해요.
공부 이야기를 잠깐 덧붙이면, 2달 공백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 공부 시간을 늘리기보다, 우선 수면 문제를 안정시키는 게 성적 회복에도 가장 빠른 길이에요. 아무리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머리가 멍하면 효율이 안 나잖아요. 하루에 2~3과목이라도 짧게 집중해서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훈련을 해보세요. 성적은 결국 누적된 집중의 힘으로 올라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생활습관을 일정하게 만들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면 전문 진료를 꼭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힘든 마음이 쌓이면 공부뿐 아니라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으니, 건강부터 챙겨야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